현충원 맞이 국수보시

 

“현충원에 영면한 순국선열 덕분에 우리가 편히 지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가족들에게 따스한 국수 한 그릇을 공양하는 것은 작은 보답입니다.”

현충일인 6일 오전 7시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본관 옆 잔디밭. 참배객 100여 명이 길게 줄을 선 채 대전불교조계종 구암사(주지 북천 스님) 신도들이 제공하는 국수를 받아들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부침개와 솜사탕, 팝콘, 아이스크림도 나눠주고 있었다.

“봉사 앞에 종교나 이념이 필요합니까.” 구암사 신도 임경순 씨(55·대전 신화개발 대표)는 국수 육수를 우려낸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얇게 썰어 고명을 만들고 있었다.

구암사가 현충원 참배객을 상대로 국수공양을 해 온 지도 올해로 4년째. 북천 스님이 4년 전 비 오는 날 이곳에 들렀다가 군 복무 중 숨진 아들을 묻고 식사도 거른 채 쓸쓸히 차에 오르는 참배객의 모습을 본 뒤부터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습니다. 마음이 납덩이처럼 굳어 있는 유족들에게 국수라도 한 그릇 대접하면 조금이나마 위안되고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구암사 측은 신도회의를 거쳐 현충원에서 나눔 국수봉사를 하기로 했다. 신도들이 매일 교대로 하루 평균 400여 명에게 국수를 제공했다. 하지만 야외에서 해야 했기 때문에 물 공급이 원활치 않았고 여름과 겨울엔 고생이 심했다. 

신도들은 지난해 2월에 6700만 원을 들여 현충관 뒤편에 영구 급식시설을 지어 현충원에 기부한 뒤 이곳에서 국수공양을 하고 있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참배객은 모두 15만 명. 구암사 측은 국수 2만 명분, 부침개 1만 명분, 팝콘 5000개, 아이스크림과 솜사탕도 각각 3000명분을 준비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신도도 200여 명에 달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임충빈 전 육군참모총장 부부도 포함돼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임 전 총장은 현충일만 되면 새벽에 출발해 하루 종일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임 전 총장은 “40년 군복무를 하면서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수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곳에는 잘 아는 상관과 부하가 영면해 있고, 나도 이곳에서 잠들 것”이라며 “이분들을 위해 하루 봉사는 너무 미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수 나눔 행사는 오후 4시에 끝이 났다. 자원봉사자들은 굳어버린 허리를 펴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오전 4시 대구에서 어린 아이들과 출발했다는 변정수 씨(36·여)는 “안장된 아버님을 만나기 위해 급하게 오느라 아침식사도 걸렀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따스한 국수를 먹게 됐다”고 말했다. 

북천 스님은 “매년 현충일이면 전날부터 찾아와 아들 비석을 껴안고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는 노모도 한두 명이 아니다”며 “따스한 국수 한 그릇에 고마워하는 유가족들의 인사말이 오히려 겸연쩍다”고 말했다.